코인거래소 교육세, 세율보다 ‘거래소는 무엇인가’부터 답하라
정부 고위 관계자가 거래소 대표들 앞에서 교육세를 거론했고, 재정경제부는 검토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세금 한 줄이 흘러나왔다 사라지는 사이 정작 답이 나오지 않은 것은 거래소를 금융업으로 볼지에 대한 정부의 기준이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 교육세를 물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이번 주 업계를 흔들었다. 서울경제는 26일 정부 고위 관계자가 20일 거래소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거래소가 금융보험업으로 분류되면 교육세 문제가 생긴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보도했다. 재정경제부는 곧바로 가상자산사업자 교육세는 검토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필자는 이 공방에서 세금 자체보다 더 큰 공백을 본다. 정부가 거래소를 어떤 업종으로 볼지 아직 한 번도 분명히 말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같은 회사, 법마다 다른 얼굴
거래소의 법적 지위는 지금도 엇갈린다. 특정금융정보법은 가상자산사업자를 '금융회사 등'에 넣어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지운다. 반면 통계청 표준산업분류에서 가상자산 매매·중개는 정보통신업이다. 교육세가 빠져 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의무는 금융회사 수준으로 지고, 세제는 정보통신업으로 받는 구조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이 균형을 흔든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22일 국회에서 기본법 협의가 마무리 단계라고 밝혔다. 법이 거래소를 인가제 아래 금융업으로 끌어들이면 교육세와 부가가치세 문제가 함께 따라온다. 20일 간담회에 참석한 고위 관계자가 꺼낸 말도 결국 이 연결고리였다. 그는 "금융업은 그에 걸맞은 역할이 주어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20일 간담회의 원래 의제가 교육세도 아니었다. 재정경제부와 금융위가 업비트·빗썸·코인원·디지털엑스·고팍스 대표와 디지털자산거래소공동협의체(DAXA) 관계자를 부른 자리는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이용자 소득 과세의 준비 상황을 점검하는 회의였다. 스테이블코인과 스테이킹 소득 분류, 취득가액 확인 같은 실무 과제가 쌓여 있는 자리에서 거래소 몫의 세금이 덧붙여 거론된 셈이다. 이용자 과세는 유예 논의가 한창이고, 거래소 과세는 부처가 부인하는 상태다. 시장이 받아든 것은 결론이 아니라 불확실성 두 겹이다.
숫자로 본 부담
서울경제가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바탕으로 계산한 추정치를 보면 규모가 가늠된다. 두나무의 지난해 영업수익은 약 1조5212억원, 빗썸은 약 6513억원이다. 올해부터 금융보험업에 적용되는 세율, 즉 수익 1조원까지 0.5%, 그 초과분 1%를 그대로 대면 두나무는 연 약 102억원, 빗썸은 약 32억원이 된다. 영업수익 454억원인 코인원, 97억원인 디지털엑스, 43억원인 고팍스도 규모는 작지만 같은 틀에 들어간다.
중요한 것은 과세 기준이 이익이 아니라 수익이라는 점이다. 적자를 낸 해에도 매출이 있으면 세금이 나온다. 거래량에 따라 매출이 크게 출렁이는 중소 거래소에는 이 구조가 더 무겁게 작용할 수 있다.
반론: 금융업이면 금융업답게
반대편 논리도 가볍지 않다. 은행·보험·증권사는 이미 수익의 일정 비율을 교육세로 낸다. 업계가 금융업 편입을 통해 제도권의 신뢰와 법인 투자 허용 같은 혜택을 원한다면, 같은 업권이 지는 세금도 함께 져야 공정하다는 주장이다. 금융업이 되면 거래 수수료가 부가세 면세로 바뀔 수 있다는 점도 있다. 그 경우 부가세가 빠진 만큼 수수료가 낮아질 여지가 생겨, 교육세 부담과 일부 상쇄될 수 있다.
다만 이 상쇄는 자동이 아니다. 딜로이트안진 김경호 디지털자산센터장은 면세 효과가 수수료에 얼마나 반영되느냐에 달렸다고 봤다. 거래소가 할인 혜택을 줄여 세금을 이용자에게 넘길 수도 있다는 뜻이다. 교육세 자체에 대한 의문도 있다. 금융권은 올해 1조원 초과분 세율이 두 배가 되자 금융 활동과 교육 재원 사이의 연결이 약하다고 반발해 왔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 인상으로 금융권 부담이 연 1조3000억원가량 늘어난다고 추산했다.
세금은 순서의 문제다
필자의 결론은 이렇다. 교육세를 물릴지 말지는 지금 논쟁할 일이 아니다. 먼저 정부가 기본법 안에서 거래소를 금융업으로 본다면 그 판단을 공식 문서로 밝혀야 한다. 그 다음 교육세, 부가세 면세, 업권 분담금 같은 세제·부담 패키지를 한꺼번에 내놓고 순효과를 계산해 보여줘야 한다. 간담회에서 한 줄 흘리고 부처가 부인하는 방식은 업계가 사업 계획을 세우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거래소에도 숙제가 있다. 금융업 편입을 원한다면 세제 변화가 수수료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이용자에게 공개하겠다고 먼저 약속하는 편이 설득력이 있다. 거래소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이 정해지면, 세금 문제는 그 답을 따라가면 된다.
본 기사는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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