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해커를 막은 건 ‘정지 버튼’…누가 누르는지부터 공개하라
바이낸스 핫월렛 유출 직후 에이브는 290여 개 시장을 얼렸고 아비트럼 보안위원회는 공격자 주소의 자산을 옮겼다. 디파이의 비상 권한이 피해 확산을 늦춘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 권한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쓰는지도 사전에 공개돼야 한다.
진행 중인 사건바이낸스 해킹 사태속보 30 · 기사 4
30일 새벽 바이낸스(Binance) 핫월렛에서 수십억달러어치 자산이 빠져나간 뒤 몇 시간 동안 벌어진 일은 디파이(DeFi)가 스스로를 어떻게 설명해 왔는지 되묻게 한다. 공격자의 발목을 잡은 것은 코드의 자동 방어가 아니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레이어2 보안위원회, 대출 프로토콜의 비상 다중서명이 차례로 누른 '정지 버튼'이었다. 필자는 이 버튼이 이번에 제 역할을 했다고 본다. 동시에 그 버튼을 누가 쥐고 어디까지 누를 수 있는지는 사고가 나기 전에 공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버튼은 생각보다 많았다
첫 번째 근거는 개입의 범위다. 에이브(Aave)가 거버넌스 포럼에 올린 대응 보고에 따르면 공격자 묶음에 속한 지갑은 한국시간 30일 오전 6시 전후 에이브 V3 이더리움 시장에 USDT 6,000만달러를 맡기고 이더리움 1만9,762개를 빌렸다. 에이브는 첫 보도 10분 만에 외부 서비스 업체들과 대응팀을 꾸렸다. 이어 가디언(Guardian) 다중서명으로 V3 16개 네트워크의 175개 시장과 V4 4개 네트워크의 117개 시장을 동결했다. 신규 예치와 대출은 막고 상환·출금·청산은 열어둔 방식이다. 에이브는 공급 한도를 낮추려면 닷새가량 걸리는 투표가 필요했고, 동결은 가디언이 되돌릴 수 있어 택했다고 설명했다.
아비트럼(Arbitrum) 보안위원회는 한발 더 나갔다. 공격자 주소에 있던 ARB 약 7,456만 개와 이더리움 8,425개, 약 3,050만달러어치를 제한된 지갑으로 옮겼다. 위원회는 4월 켈프다오(KelpDAO) 해킹 때도 이더리움 3만766개를 같은 방식으로 묶은 바 있다. 솔라나 기반 대출 프로토콜 카미노(Kamino)는 피해가 없다면서도 일부 시장의 대출을 예방 차원에서 멈췄다. 여기에 테더와 서클이 공격자 주소의 스테이블코인을 묶었다. 바이낸스는 자체 추산으로 약 63억달러가 영향을 받았고 약 30억달러가 동결됐다고 밝혔다.
버튼이 없는 곳도 있었다
두 번째 근거는 버튼이 닿지 않은 곳이다. 공격자는 유니스왑엑스(UniswapX)를 거쳐 스테이블코인을 이더리움으로 바꿨다. 유니스왑 쪽에서 거래를 멈췄다는 발표는 없었다. 이더리움 자체에는 동결할 발행사가 없다. 디크립트 집계로는 30일 오전 7시 무렵 약 25만3,000개의 이더리움이 두 지갑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결국 이번 사고에서 자금이 묶였는지는 그 자산과 체인에 누군가 쥔 버튼이 있었는지에 달려 있었다.
세 번째 근거는 버튼끼리 부딪칠 수 있다는 점이다. 에이브 포럼에서는 발행사가 프로토콜 안에 담보로 잡힌 스테이블코인까지 블랙리스트에 올리면 회수와 청산이 꼬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공격자가 에이브에 맡긴 담보는 USDT였다. 한쪽의 동결이 다른 쪽의 안전장치를 무력하게 만들 수 있는 구조다.
반론도 가볍지 않다
반대편 논리도 공정하게 짚어야 한다. 탈중앙화를 중시하는 쪽은 소수 다중서명이 특정 주소의 자산을 옮길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검열 저항성과 충돌한다고 본다. 이번에는 해커였지만 다음에는 다른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과잉 대응이라는 시각도 있다. 에이브 포럼의 한 참여자는 6,000만달러 규모의 포지션이 시스템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었고, 장기 동결이 이용자를 떠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동결이 길어지면 묶인 시장의 이용률이 올라간다는 점은 에이브도 인정했다.
거꾸로 '왜 더 빨리 막지 못했나'라는 비판도 있다. 일부 참여자는 10분당 대출량 상한 같은 자동 속도 제한을 이미 제안했는데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람이 모여 판단하기 전에 코드가 먼저 막았어야 한다는 얘기다.
버튼의 규칙을 먼저 써야 한다
필자의 결론은 단순하다. 비상 권한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다. 비상 권한이 실제로 쓰이는 자산이라면 그 규칙을 이용자가 미리 읽을 수 있어야 한다. 누가 서명하는지, 몇 명이 동의해야 하는지, 무엇을 얼리고 무엇은 열어두는지, 언제까지 유지하고 누가 푸는지가 그 내용이다. 에이브가 이번에 동결 범위와 서명 시각, 해제 계획을 하루 안에 공개한 것은 좋은 선례다. 아비트럼이 묶은 자금의 처분을 다오(DAO) 투표에 맡긴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음 단계는 사람의 판단이 들어가기 전의 자동 장치다. 대출량 속도 제한, 대규모 담보 예치 대기 시간 같은 규칙을 코드에 먼저 넣으면 다중서명이 개입할 여지 자체가 줄어든다. 국내 이용자에게도 시사점은 있다. 디파이에 자산을 맡길 때 수익률만큼 확인해야 할 것이 '이 시장은 누가 멈출 수 있나'라는 질문이다. 이번 사고는 그 답이 생각보다 여러 곳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본 기사는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참고
- Aave Governance · Binance Hot Wallet Exploit: Aave's Response
- Decrypt · Binance Hacker Hunts for Exit Ramps as DeFi Exchanges Pause Markets
- crypto.news · Binance hack: How one wallet trick led to a $6.3 billion breach
- 블록미디어 · 아비트럼, 바이낸스 해킹 관련 3050만달러 동결
- CoinDesk · Arbitrum freezes $71 million in ether tied to Kelp DAO exploi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