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어2 줄폐업…문 닫는 체인의 ‘출구’는 운영사 손에 있었다
블라스트의 일반 출금 창구가 26일 닫혔고, 리스크 체인은 31일, 코빗과 연동된 실리콘은 12월 31일, 애브스트랙트는 12월 15일 멈춘다. 이용자가 운영사 없이도 이더리움으로 돈을 뺄 수 있는지는 체인마다 달랐다. ‘이더리움의 보안을 빌린다’는 레이어2의 약속이 폐업 국면에서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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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더리움 레이어2(L2) 블라스트(Blast)의 일반 출금 화면이 26일 닫혔다. 이날까지도 이더리움 쪽 브리지 컨트랙트에는 약 4,000만달러가 남아 있었다. 같은 달 애브스트랙트(Abstract)가 종료를 예고했고, 리스크(Lisk) 체인은 31일 멈춘다. 국내 거래소 코빗과 연동돼 온 실리콘(Silicon)도 연말 문을 닫는다. 몇 달 사이 L2가 줄지어 폐업하면서, 체인이 사라질 때 이용자 자산을 누가 어떻게 돌려주는지가 처음으로 실전에서 확인되고 있다.
배경
L2는 거래를 이더리움 밖에서 처리하고 결과만 이더리움에 기록해 수수료를 낮추는 네트워크다. 업계는 이를 두고 이더리움의 보안을 빌려 쓴다고 설명해 왔다. 운영사가 사라져도 이용자가 이더리움에 남은 기록을 근거로 자산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 그 약속의 핵심이었다.
문제는 돈이다. 블라스트는 10월 2일 엑스(X)를 통해 종료를 알리며 체인 운영비가 벌어들이는 수익을 넘어섰고 지속 가능한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블라스트는 NFT 거래소 블러(Blur)를 만든 팀이 2023년 11월 공개한 L2다. 디파이라마(DefiLlama) 기준 예치 자산은 2024년 6월 약 22억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이달 초 약 3,200만달러로 98% 넘게 줄었다.
일주일이 채 안 돼 펏지펭귄(Pudgy Penguins) 운영사 이글루(Igloo)가 자체 L2 애브스트랙트를 12월 15일 닫겠다고 밝혔다. 루카 네츠 최고경영자는 체인을 지원하느라 수천만달러를 잃었고, 운영 자금을 위해 토큰을 발행하는 대신 접는 쪽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성장 정체와 얕은 유동성, 작은 디파이 시장이 이유로 꼽혔다. 리스크는 8월 말 기업용 법정화폐·스테이블코인 금융 플랫폼으로 사업을 바꾸겠다며 10월 31일 체인 종료를 발표했다. 체인 위 프로젝트는 셀로(Celo)로 옮기는 경로가 마련됐다.
현장과 데이터
체인마다 이용자에게 주어진 출구가 달랐다. 블라스트는 종료 발표 직후 리도(Lido)에 맡겨 둔 자산을 먼저 회수하느라 약 1주일간 출금을 멈췄다. 이후 출금 대기 시간을 24시간으로 줄여 재개했다. 26일 이후에도 자산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다만 이용자가 이더리움 메인넷의 브리지 컨트랙트에 직접 증명을 제출하고 하루를 기다려야 한다. 블라스트 자체 스테이블코인 USDB를 가진 이용자는 다이(DAI)를 따로 청구하는 절차가 더 붙는다. 화면 대신 컨트랙트를 직접 다뤄야 하는 셈이어서, 일반 이용자에게는 문턱이 높다.
리스크는 사정이 더 빠듯하다. 공식 안내에 따르면 스테이킹한 리스크(LSK)는 자동으로 돌려주지 않는다. 잠금을 풀고 3일을 기다린 뒤 이더리움으로 브리지하는 데 약 8일이 걸려, 모두 합치면 최소 11일이 필요하다. 31일 종료에 맞추려면 이달 20일 전후에는 절차를 시작했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공식 안내는 종료 전에 옮기라고만 할 뿐 그 뒤 체인에 남은 자산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반면 거래소나 이더리움 지갑에 있는 LSK는 토큰 컨트랙트가 그대로여서 따로 할 일이 없다고 했다. 업비트에서도 LSK 원화 마켓은 27일 현재 유지되고 있다. L2비트(L2BEAT)가 집계한 리스크 체인의 보호 자산은 약 480만달러 수준까지 줄었다.
국내 이용자와 가장 가까운 사례는 실리콘이다. 폴리곤(Polygon) 개발 도구로 만든 이 L2는 코빗 이용자를 이더리움 생태계와 잇는 통로로 쓰였다. 실리콘은 9월 2일 신규 입금을 막았고, 12월 31일 낮 12시(한국시간)까지만 출금을 지원한다고 공지했다. 이후 탐색기를 닫고 네트워크를 종료하며, 그때까지 빼지 않은 자산은 복구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실리콘 안에서 발행된 토큰은 이더리움으로 바로 옮길 수 없고, 남은 유동성에 기대 바꿔야 한다. 종료 뒤 문의는 오지스(Ozys)가 넘겨받는다. 9월 초 L2비트 기준 체인에는 약 975만달러가 남아 있었다.
애브스트랙트는 구조적 한계가 가장 뚜렷하다. 더디파이언트 등에 따르면 종료 계획에는 12월 15일 이후 이용자가 스스로 빠져나갈 독립적인 경로가 없다. 출금이 사실상 운영사 처리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애브스트랙트는 누적 거래 3억2,500만건, 지갑 400만개를 내세웠지만, 체인이 하루에 걷는 수수료는 수천달러 수준에 그쳤다.
L2의 돈은 소수에게 몰리고 있다. L2비트 집계로 이달 L2 전체 보호 자산은 400억달러를 조금 넘는다. 이 가운데 베이스(Base)와 아비트럼원(Arbitrum One) 두 곳이 60% 이상을 차지한다.
쟁점
첫째 쟁점은 출구를 누가 보장하느냐다. L2비트의 단계(Stages) 기준은 이를 정면으로 다룬다. 1단계 이상이 되려면 보안위원회 대다수를 장악하지 않고서는 출금을 막거나 위조할 수 없어야 한다. 2단계는 원치 않는 업그레이드가 있을 때 이용자에게 최소 30일의 탈출 기간을 줘야 한다. 블라스트처럼 운영이 멈춘 뒤에도 컨트랙트로 직접 출금할 길이 열려 있다면 약속의 최소한은 지킨 셈이다. 반면 운영사 손을 거쳐야만 나갈 수 있는 체인은 이름만 L2일 뿐 사실상 중앙화 서비스와 다르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둘째는 공지 방식이다. 체인 종료는 엑스나 디스코드 공지로 알려지는 경우가 많다. 오래전 브리지에 넣어 두고 잊은 이용자는 마감을 모르고 지나치기 쉽다. 블라스트 브리지에 마감일까지 남은 4,000만달러는 그 공백을 보여준다. 거래소를 통해 토큰만 들고 있던 이용자와 체인 위에 자산을 직접 둔 이용자는 처지도 전혀 다르다. 국내에서는 업비트와 빗썸이 이달 BLAST 토큰의 거래지원을 끝냈지만, 이는 토큰 거래에 관한 조치였을 뿐 블라스트 체인에 남은 개인 자산까지 챙겨 주지는 않는다.
셋째는 L2와 이더리움의 관계다. 스타크넷(Starknet)에서는 이달 15~22일 진행된 거버넌스 투표에서 93.5%가 독립 레이어1 전환 연구에 찬성했다. 스타크웨어(StarkWare)는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엘리 벤사손 최고경영자는 2027년까지 양자 내성을 갖추겠다는 목표를 내세우며, 2029년을 잡은 이더리움 쪽 일정이 늦다고 비판했다. 구속력 없는 연구 결의여서 실제 전환에는 별도 투표가 필요하고, 그동안 이더리움 브리지는 그대로 열려 있다. 같은 날 스타크넷 최대 앱인 무기한 선물 거래소 익스텐디드(Extended)가 서클(Circle)의 레이어1 아크(Arc)로 옮겨 갔다. 이 이전으로 디파이라마 기준 스타크넷 예치 자산은 1억5,800만달러에서 4,200만달러로 줄었다. 앱도, 체인도 더 나은 조건을 찾아 이더리움 밖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장면이다.
전망과 체크포인트
가까운 일정은 리스크 체인 종료(10월 31일)다. 스타크넷은 11월 중 전환 연구 백서 초안을 공개하고, 애브스트랙트(12월 15일)와 실리콘(12월 31일 낮 12시)이 뒤를 잇는다. 이 체인들에 자산을 둔 이용자는 거래소 잔고가 아니라 본인 지갑의 네트워크 설정부터 확인해야 한다. 브리지를 거치는 출금은 며칠씩 걸리고 양쪽 체인 모두에 가스비가 필요하다. 출금은 공식 안내에 나온 컨트랙트 주소로만 진행해야 한다. 폐업 공지를 틈탄 가짜 출금 사이트는 이번에도 경계 대상이다.
업계 차원에서는 출구 설계가 L2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올라올 가능성이 크다. 운영사가 손을 떼도 이용자가 혼자 나갈 수 있는지, 종료 공지를 얼마나 일찍 어떤 경로로 하는지가 그 내용이다. 국내에서도 거래소가 자체 또는 제휴 체인을 운영하는 사례가 생긴 만큼, 체인 종료 때 이용자 고지와 자산 반환 절차를 어디까지 의무로 둘지가 2단계 입법 논의에서 다뤄볼 만한 대목이다.
본 기사는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참고
- Unchained · Ethereum Layer 2 Blast Is Shutting Down, Saying Costs Now Exceed What the Chain Earns
- TokenPost · Blast Withdrawal Interface Expires With $40.4 Million Still in Bridge
- CoinDesk · Pudgy Penguins' Abstract becomes second Ethereum layer 2 to shut in a week
- Lisk Support · LSK token FAQ
- L2BEAT · Lisk
- Silicon Network · Service Termination
- The Block · Starknet community backs research into becoming an independent post-quantum Layer 1
- L2BEAT · Stages framework
